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과 같은 기념일이 자리 잡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을 각각 따로 기념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버지의 날보다는 어머니의 날이 더 큰 행사처럼 느껴집니다.
어머니의 날이 다가오면, 식당에서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만석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모든 외식업체와 각종 상점들이 이 대목의 영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특히 화장품이나 의류처럼 선물로 많이 판매되는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대대적인 광고와 판촉 행사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냅니다.
비록 이민 1세대 가정처럼 미국의 전통 행사나 이벤트에 크게 동참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이민 세대가 자리 잡으면서 어머니의 날은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처럼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어머니께 정성스런 선물을 드리는 중요한 명절로 자리잡았습니다. 심지어 스포츠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핑크빛 모자, 신발, 유니폼 등으로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며 그 의미를 알리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을 접할 때마다, 나 같은 이민 1세대는 자연스레 한국의 어버이날을 회상하게 됩니다. 당시 부모님의 가슴에 단 카네이션 꽃과 선물을 준비하며 함께 보냈던 따뜻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은 어버이날에 한정되지 않고, 매일같이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연세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최근 치매로 몇 분 전의 대화조차 기억나지 않으시는 아버님과 그런 아버님을 보살피기 위해 늘 애쓰시는 어머님께서는 매일이 어버이날이었으면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면서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쏟으신 부모님을 가까이 모시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늙어가신 부모님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아프지 않은 이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