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다… 어릴적 나의 우상이었던… KISS의 공연을… 폴 스탠리, 진 시몬스 등 멤버들의 나이가 70세가 넘었는데 내가 미국에서 그들의 공연을 직관하다니…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 나와는 한참 많은 나이 차이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할아버지가 되었고, 당연히 공연을 할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건만… 알고보니 폴 스탠리는 1952년생, 진 시몬스는 1949년생이었다.
사춘기적 오후 두시만 되면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FM 라디오에 빠져 즐겨듣던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와 매일밤이면 책상앞에 책을 펼치며 귀를 기울이던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모두다 그리운 옛 추억이다. 80년대 마돈나와 퀸, 마이클 잭슨 등 팝스타와 장발을 하고 헤드뱅잉을 하고 기타를 부수기도 하는 헤비메탈 그룹들… 그들의 노래와 함께 좋아하는 뮤지션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열광했던 나의 우상은 KISS 였다.
얼굴에 분장을 한채 괴기한 복장과 결코 평범하지 않은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는 정말 신기함을 넘어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는 달콤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고, 특히나 그들의 히트곡 Rock And Roll All Nite 은 어느 이벤트에서나 피날레로 울려퍼져도 흠잡을 수 없는 명곡이 되었다.
I Was Made for Lovin’ You, Love Gun, Lick It Up, Detroit Rock City, Hotter Than Hell 등 어릴적 까만 레코드판을 튕기며 들었던 노래들이 여전히 귀에 익숙하다.
KISS의 공연소식은 어느날 날라들어온 Ticketmaster 이메일 광고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투어 타이틀은 End of the Road World Tour 였다. 미국 서부를 지나 미네소타, 시카고, 뉴욕 등 동부까지 그리고 다시 미국 전역으로 계속 된다.
키스의 공연장소는 시카고 Bulls 의 경기장인 United Center 에서 펼쳐지는 것이라 처음엔 다소 망설였었다. 이유는 불스의 경기를 몇번 직관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관람후 혼잡스런 주차장으로 인해 고생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몇일간의 망설임 끝에 표를 구매하기로 결심을 하고, Ticketmaster 를 통해 예매를 하였다. 고민하던 그 몇일사이에 티켓 가격이 많이 올라버렸다. 별로 좋은 자리도 아닌데 100불이 훌쩍 넘어버렸다.
드디어 공연날… 설레임을 안고 United Center로 향했다. 센터에 가까워오자 진기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50대, 60대로 보이는 관객들이 얼굴은 하얀 분장에 눈에 별그림을 그린 – 폴 스탠리 분장을 한 사람, 고양이 분장을 한 사람, 누구는 진 시몬스, 누구는 에이스 프레일리… 모두가 친구로 보였다.
“You Wanted The Best!? You Got The Best! The Hottest Band In The World, KISS!!”
그들의 무대는 정말 열정적이었고, 관객들을 사로잡았으며, 떼창을 부르게 만드는 진정한 월드스타였다. 특히, 마지막 피날레에서의 무대는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무대였다.